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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新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⑫> 한겨울밤의 꿈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5.12.10 10:02 수정 2025.12.10 10:02

▮필자: 박인숙 전 전북중기청장

제2회 세계 금수 회의가 열리고 3일째, 그리고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으로 날씨는 여전히 춥고 바람도 매섭게 불었다.
회의장 내에 있는 동물들은 마무리 단계여서 그런지 홀가분함과 아쉬움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가없는 두려움이 교차하는듯한 복잡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이제 마운틴 고릴라의 주제발표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회를 앞두고 있었다.
마운틴 고릴라의 지구 대멸종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돌아다니며 장내를 정리를 마치자 의장인 호랑이가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켰다.
“자, 그럼 조금전 말씀드렸다시피 침팬지님께서 정리한 안건을 발표하시겠습니다.”

구부정한 자세의 침팬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저 침팬지 마지막 시간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회의 내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녹록지 않은 상황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은 거라는 뜸부기님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럼 의장님 부의장님과 함께 간추린 안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입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동물들에게만 닥칠 문제가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더 이상 파괴하지 말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려지곤 하는 식량 증산을 목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열대우림, 습지, 원시림을 잠식하고 있는데, 농지 개발을 빠르게 하려고 불까지 지르면서 숲은 사라지고 그 안에 살고 있던 동물들이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셋째, 환경오염을 방지하라!’입니다.
육지와 바다, 대기를 막론하고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어구, 중금속 물질, 각종 쓰레기와 배출가스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폐기물 처리 방안으로 해양투기가 행해져서 바다는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다는 것을 참고래님이 보내주신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넷째, 야생동물의 남획을 금지하자!’입니다.
생태계 구조상 일정부분 사냥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우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 종을 멸종시킬 정도로 남획까지는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남획으로 인해 지구상 800만 종 동물 중에 100만여 종이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라고 합니다.
‘다섯째, 야생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침해하지 마라!’입니다.
독수리님 발표에서 보셨듯이 동물 이동 경로에 인위적으로 만든 장애물은 치명적입니다.
‘여섯 번째, 동물권을 존중하자!’입니다.
사람에게 인권이 중요하듯이 우리 동물들에게도 동물권이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을 잡아다가 훈련을 시켜 노예처럼 부리거나 쇼 무대에 올리는 일을 더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서 보다 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입니다.
이상 일곱 가지로 정리 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의장 호랑이가 마이크를 켰다.
“침팬지님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에 이견이 없으시면 일곱 가지로 정리하여 유엔 지속가능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진짜로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멀리서, 가까이서 오셔서 발표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회의를 위해 세심하게 준비하시고 후원해주신 준비위원회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우리의 숙소와 식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신 호텔 측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취재진 여러분께서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역해주신 앵무새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늘 평안하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호랑이는 잠시 좌중을 찬찬히 둘러본 다음 폐회를 선언하였다.
“이상으로 제2회 세계 금수 회의를 폐회합니다.” 그리고 호랑이는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사회자 진돗개가 인사를 겸한 마무리 발언을 하였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차량이 밖에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모두 일어나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회의장을 나섰다.

나도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넣고 어깨에 메려 하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노래가 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이 부른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어! 내 휴대전화 벨소리 같은데, 내가 무음으로 해 놓지 않았었나?”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한참 찾다가 눈을 떴다. 꿈이었다.
너무도 생생한 꿈. 전화를 받아보니 아내였다.“나 지금 회사인데 전화벨 소리에 막 잠에서 깬 거야?”
“어! 여보, 아니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왜 깨우지도 않았어?”
“당신 그새 잊은 거야? 올해 안식년이라 유월까지 쉬게 되었으니 깨우지도 말라고 했잖아? 어제는 새해 첫날인데도 후배 기자들과 밤늦도록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 와서 휴대폰 알람도 해제한다고 해 놓고서는,”
“내가 그랬던가?”
“그나저나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나 요란스럽게 한 거야? 키보드 치는 손동작까지 하던데, 참, 콩나물국 끓여놓았으니까 데워서 먹고 오늘은 푹 자 여보!”
“알았어! 고마워. 역시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어.”
나는 휴대전화기를 내려놓고 콩나물국 대신 노트북을 끌어당겨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꿈에서 본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해서다.<끝>

<신(新)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 제2회 세계 금수 회의가 열리다>
2025년은 내가 기자생활을 시작하고 3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현장을 발로 뛰며 별의별 일을 겪어 온 나를 회사에서는 대(大)기자라고 불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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