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또 저물어갑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해가 저물어가면 날씨가 쌀쌀해지고 낮이 짧아지다가 마침내 눈이 내리고 밤이 더 길어집니다. 절기상 12월 21일, 또는 22일인 ‘동지(冬至)’는 ‘겨울에 이르렀다’라는 뜻이랍니다. 옛 어른들은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겨울을 맞을 준비로 바빴습니다. 식구가 많고 어려웠던 시절에 식량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김장 또한 식량 못지않게 중요했습니다. 집 집마다 학생들 도시락은 얼마나 많이 쌌었습니까. 중학교 들어가면 쌌던 도시락은 보리밥에 단무지가 표준적이었습니다. 식구 많은 집의 밥상은 대개 둥그렇습니다. 30촉 백열전구 아래, 둥근 밥상에 둘러앉은 저 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올해 우리 집 김장이, 늦었지만, 양념은 적게 넣고 배추김치와 무김치를 약간 담그려 합니다. 오래전부터 노상 그렇게 해왔던 일인데 올해 와서 어떻게 그만둘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날씨가 쌀쌀해지고 밤이 길어지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밤중에 깨어서 티브이를 켜보기도 하고, 이책 저책 뒤적거려도 봅니다. 재미있는 책이 있고, 그보다 훨씬 더 읽어야 하는 책이 많습니다. 요즈음은 외국에서 나온 책도 불과 몇 년 사이에 곧바로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옵니다. 노먼 레브레히트(Norman Lebrecht, 1948~ )의 신간(‘Why Beethoven’, 2023)도 ‘왜 베토벤인가(장호연 옮김, 2025)’로 나왔습니다. 200년 전에 작고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에 대해서 아직도 무슨 할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계속해서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용옥(金容沃, 1948~ ) 선생이 2021년에 출간한 ‘동경대전 1-2’는, 부록을 제외한 본문만 770쪽에 이르는, 수운 최제우(1824-1864)와 해월 최시형(1827-1898)의 얘기로, ‘누구나 다 한 번씩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사람들이 ‘우주가 얼마나 광막한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읽은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에는 ‘빅뱅’이 130억년 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뒤 각종 측정이 더 정밀해진 이후, 137억 년 전이라고 했다가, 요즘 138억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크기는 얼마일까 싶은데, 에드윈 허블(1889-1953)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래,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까지 추가하면, ‘지름이 약 930억 광년쯤’으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우주가 얼마나 광막하고, 우리 지구상의 생명체가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들인지 모릅니다. 우리 지구는, 이 광막한 우주에서, 우리가 쓰다가 낡으면 버리고 새롭게 교체할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4.24 광년 떨어져 있답니다. 우주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오직 지구뿐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생명체라고 봤을 때, 심신이 허약해진 중병을 앓는 환자로 보입니다. 세계 각국 정치지도자의 수준이 몰라보게 천박해졌고,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에 따른 자연재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날 국제관계가 어떻다고 보십니까. 어느 나라가 더 도덕적이고 선진국인지, 어느 나라가 더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절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그런 사람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얼마나 뻔뻔스럽습니까. 그렇게 뻔뻔스러운 모습들, 절대로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 엉터리 정치가들을, 누가 왜 찍었답니까? 이제 보이는 대로 잘 보시고, 들리는 대로 잘 듣고, 뽑으셔야 합니다. 직접 눈으로 보시면서도 어찌 다른 생각을 하셨고, 귀로 들으셨으면서도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도올 김용옥 선생의 ‘동경대전’에 ‘기인오세(欺人誤世)’를 설명하면서, ‘태극기 부대’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그대로 여기에 옮겨 보겠습니다. “수운은 3년상을 지내면서 가산이 기울고, 공부도 안 되고, 청운의 뜻이 꺾인다. 그런 심정에는 항상 미래 예언을 말하는 역리나 명리, 술수나 잡설에 빠지기 쉽다. 막말로 글공부는 안 하고 점쟁이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리를 집어치우고 상수에 빠지거나, 상식의 상궤를 벗어나 화려한 예언에 홀리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신흥종교 잡설에 미치거나 주역에 미치는 사람들이 대개 이 꼴이다. 그리고 이들이 정신 못 차리고 늙게 되면 대강 태극기 부대가 되는 것이다.” 평소에 티브이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무슨 소리인가 외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저분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도올 선생의 얘기를 접하니 어찌 제법 수긍이 갔습니다.
카톡을 보면, 자기 얘기는 안 하고, 어디서 주웠는지, 남의 얘기를 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데 어떻다’라는 등, 본인 얘기를 올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요즘 대학에서 AI를 이용한 컨닝이 문제랍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 실렸던 유머가 있었습니다. “‘답안을 보니 컨닝이 분명하다’/ 신병훈련소에서 ‘대인지뢰 매설 절차’에 대한 단계별 문제를 출제했다. 그 항목의 정답은 ‘퓨즈 삽입’이었다. 한 사람이 ‘퓨즈 삽입’이라 썼다. 그 뒤의 사람은 ‘휴지를 끼운다’라고 썼고, 또 뒤의 사람은 ‘화장지를 낑군다’라고 썼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이제 남의 얘기를 듣고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낭패 보기가 쉽습니다. 한문으로 ‘총명(聰明)’은 ‘잘 듣고 잘 보는 것’이랍니다. 부디 가짜뉴스 조심하면서 우리 모두 ‘잘 보고, 잘 들어서’, ‘총명하다’라는 소리를 듣도록 합시다.<가족신문.kr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