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 출범으로 전북 농업은 오랜만에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전북 농업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고령화도, 영세성도 아닙니다. 농업을 이어갈 새로운 세대가 농촌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 바로 여기에 전북 농업의 구조적 위기가 놓여 있습니다.
현재 전북 농업은 생산 기반 약화를 넘어 ‘세대 단절’이라는 절벽 앞에 서 있습니다. 농가의 절반 이상이 70세 전후의 고령농이며, 이를 잇는 20~40대 청년 농업인은 극히 드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북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착각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전북 농정이 최고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목표는 분명합니다. 바로 ‘청년농이 유입되고,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입니다.
이를 위해 전북은 대농 중심 산업농업, 농촌 복지, 청년 협동농장 모델이라는 새로운 3대 축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 대농 기반 청년 일자리 창출이 우선
청년농이 없는 농업은 10년 뒤 존재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농업·정밀농업이 발전하더라도 그 기술을 운용하고 경영할 사람이 없다면 농업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안정적 소득 부재, 초기 농지 확보의 어려움, 주거·의료·교육 인프라 취약, 농업의 미래 산업 이미지 부족에 있습니다. 따라서 전북 농정 개혁은 청년이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산업적·사회적 기반 마련에 집중돼야 합니다.
청년 유입은 우선 대농 중심의 토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청년이 농업에 들어오려면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농업이 안정적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1~2ha의 영세농 구조로는 청년이 기본 임금을 확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반면 규모화된 경영체, 법인 중심 운영, 데이터 기반 농업, 안정적 수익 모델이 갖춰진다면 농업은 ‘도전할 만한 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전북은 대농·법인 중심 산업농업을 확립하고, 취업→수습→승진→지분 참여로 이어지는 농업기업형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청년이 농업경영자·스마트팜 전문가·현장 관리자·데이터 분석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경영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청년들이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대농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춰야만 청년에게 안정적 직업과 기술경영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협동농장을 통한 청년 공동경영 모델
그러나 단순 취업만으로는 청년 정착이 어렵습니다. 청년에게 농업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삶의 비전이 되어야 합니다.
전북은 이스라엘의 ‘모샤브(Moshav)’형 협동농장 모델을 참고하여 청년이 협동경영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제3의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샤브형 협동농장의 핵심은 토지는 공동 관리하되 생산은 개별 또는 소그룹 중심으로 운영하고, 판매·유통·구매는 공동조직이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청년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참여 경영자로 성장하며, 주거·교육·훈련·기술 지원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됩니다.
이 모델은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진입이 어려운 청년, 대농 취업 후 독립 기반이 없는 청년에게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전북은 지역 단위로 이러한 협동농장을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지속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 농촌 복지는 청년 유입의 전제조건
농촌 복지는 청년농 유입을 위한 사회적 기반입니다.
청년이 농촌에 들어오려면 농촌이 ‘살아볼 만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현재 전북 농촌은 의료, 교통, 교육, 문화 인프라가 취약합니다. 따라서 농촌 복지는 청년 정책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유입의 전제 조건입니다.
농민기본소득 또는 준기본소득, 농지연금 확대, 은퇴농 전환 지원, 의료·교통·교육·문화 SOC 확충, 세대 공존형 마을 모델 구축 등 복지 기반이 마련될 때 청년은 농촌을 ‘삶의 보금자리’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미래 농업기반 위한 농지 구조개혁
전북특별자치도는 과감한 농지 구조 개혁을 통해 대농 육성과 협동농장 정착의 핵심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 때 가장 큰 장애는 농지 확보입니다. 전북형 농지 구조 개혁은 규모화뿐 아니라 청년에게 진입용 농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포함해야 합니다.
청년 임대형 농지 공급, 농지은행 기능 강화, 농지 이양 인센티브, 청년농 스타트업 농지 도입, 협동농장 초기 농지 패키지 공급, 농지 매입·임대·경영이양을 관리하는 전북형 독립기구 설립 등이 그 방안입니다.
이를 통해 대농·협동농장·청년 단독농장을 동시에 육성하여 전북 농정의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마무리
전북 농정은 결국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청년이 들어올 수 있는가?” “청년이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가?”
그 답은 ① 산업 농정(대농·법인 중심)의 안정적 일자리와 경영자 경로 ② 농촌 복지 기반 확충 ③ 협동농장이라는 공동 경영 무대라는 세 축으로 모입니다. 이 세 축이 조화를 이룰 때 전북 농촌은 청년에게 ‘들어오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함께 경영하고 싶은 곳’이 됩니다.
이는 쇠퇴하는 농촌을 회생시키는 일일 뿐 아니라, 청년이 선택하는 농업, 나아가 청년이 함께 경영하는 농촌을 만드는 전북 농정의 대전환이 되어야 합니다.
대농 육성은 청년에게 직업과 기술을 제공하고, 농촌 복지는 삶의 기반을 마련하며, 모샤브형 협동농장은 농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공동의 무대를 제공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 이 세 축을 결합하여 새로운 농업 생태계를 구축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청년이 유입되고 정착하며, 취업을 넘어 ‘공동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는 농업·농촌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전북 농업의 미래이며 전북지역의 생존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