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전북 10월호에 이어서
드디어 마지막 순서로 마운틴 고릴라의 발표 차례가 되었다.
거대한 몸집의 마운틴 고릴라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을 덮은 까만 털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듯하고 등 쪽은 희끄무레하였다.
고릴라가 마이크를 켰다.
“저희는 아프리카 비룽가산맥 해발 2,200m 이상 고산지대에 살아서 산악 고릴라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하다 보니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가운데 많은 부분이 겹치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9년 전 미국의 한 동물원에 있었던 고릴라 사살사건 관련 당시 뉴스를 보시겠습니다.”
회의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가 켜지고, 2016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 있었던 고릴라 사살사건을 다룬 뉴스가 시작되었다.
영상에서는 동물원을 구경하던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함께 있던 네 살배기 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떨어졌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동물원 측이 아이와 가까이에 있던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하였다.
리포터와 인터뷰한 목격자는 사살된 하람비라는 이름의 고릴라가 아이를 해치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하람비는 아프리카 중서부 해발 1,300m 정도 열대 우림이나 습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롤런드 고릴라였다며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하람비를 추모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뉴스 화면이 꺼지고 마운틴 고릴라가 다시 마이크를 켰다.
“사람들은 커다란 몸집의 고릴라를 무서운 동물이라고 생각한다지만, 사실은 성질이 온순하고 정도 많습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는 위협을 받았을 때입니다.
영상에서 보신 고릴라 하람비 역시 우리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아이의 바지를 잡아 끌어당겼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릴라 하람비 입장에서는 너무도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사건이었죠.
고릴라에는 저희 마운틴 고릴라를 포함하여 세 가지 아종(亞種)이 있습니다만, 현재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앞서 발표하신 동물 여러분에게 닥친 위험요인과 비슷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서식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족 간의 전쟁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모든 걸 파괴해버리거든요.
거기에 주술적인 목적으로 고릴라를 잡아 발목을 자르는가 하면 밀렵꾼들은 우리 마운틴 고릴라 새끼들을 애완동물로 팔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냥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야생 마운틴 고릴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1천 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고릴라의 서식지 또한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우리 마운틴 고릴라는 해발 2,200m가 넘는 산악지대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인간들이 농사와 자원채굴을 위해 우리의 터전인 숲을 계속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또 식용가축을 먹일 사료 생산을 위해 숲을 농지로 만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축을 기르기 위해 다른 야생동물들이 희생을 하게 되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매우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고릴라의 유전자는 인간과 90% 이상 일치하기 때문에 인간들이 가까이 오면 그들이 보유한 병원균이 면역력이 없는 고릴라들에게 감염되면서 질병으로 죽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어제 쉬는 동안 역시 아프리카에서 오신 침팬지님께 침팬지들의 상황을 들었습니다.
침팬지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고릴라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의 감소와 인간에 의한 밀렵, 그리고 인간들이 밀림에 들어오면서 전파한 전염병 등이 원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아프리카의 고릴라와 침팬지, 보노보,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오랑우탄과 긴팔원숭이를 사람들은 인간과 비슷하다 하여 유인원(類人猿, ape)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유사한 유인원들이 더 빠르게 멸종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유인원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우리 고릴라들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한 가지 꼭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멸종의 원인으로는 빙하기,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 등의 요인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섯 번의 대멸종 기간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멸종 때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 가운데 우점종(優占種)이 멸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여섯 번째 대 멸종이 온다면 그 이유는 인류의 활동으로 촉발된다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 지구 생태계의 우점종은 바로 인간이라는 겁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경고하고자 합니다.
북극곰님 발표 후에 의장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이번 회의를 통해서 인간들이 지구 종말의 시계를 늦추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마운틴 고릴라의 발표가 끝나고 의장이 마이크를 켰다.
”마운틴 고릴라님 수고하셨습니다.
지금의 기후 위기를 방관했다가 언젠가는 지구 대멸종에 이르게 될지도 못한다는 말씀에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두렵기도 합니다.
그럼 아쉽지만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렵게 마련했던 이번 회의였지만 여러분들께서 잘 준비하셔서 발표에 임해주셨기에 보람이 있었으며 소득도 높았다는 점에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시지는 않았지만, 간사를 맡으셔서 여러분들이 발표하셨던 모든 내용들을 기록하시고 정리하느라 수고하신 침팬지님께서 유엔 지속가능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을 발표하시겠습니다.
침팬지님! 준비되셨으면 바로 시작하시죠.“ ►시사전북 12월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