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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전북 시사전북 2021년 12월호(통권224호)

詩集 ‘닭의장풀은 남보라…’ 화제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1.12.10 16:14 수정 2021.12.10 16:14

정형무 시인 “詩의 싹은 사랑과 슬픔”

오동꽃 핀 산에/ 뻐꾸기 우네// 오동꽃은 보여도/ 뻐꾸기는 보이지 않는데// 오동꽃 흐려져도/ 뻐꾸기는 우네// 오동꽃 우러르면/ 청산도 새소리도 지워지는데// 질끈 눈 감아야 끼치는 향기/ 환하고 서늘한 오동꽃<‘오동꽃’ 전문>

답답타 저 항아리 날 가두네// 나 저기 들면/ 발 굴러 몸부림쳐도/ 둥두렷 미끄러져 도로 그 자리// 나 홀로 저기 갇히면/ 내 새끼 낳다 죽은 보타시리랑/ 산 넘고 물 건너/ 말 타고 배 타고 못 놀 텐데// 저 항아리 맞물려 닫히면/ 내 님은 그 누가 생각해주나/ 꽃들은 어이하고/ 일월성신은 어이하라고// 저 놈의 너부러진 독/ 깨뜨리고 부서뜨려도// 궁근 아가리 벌려/ 즈믄해 묵은 술로 출렁이라 하네<‘독널’ 전문>


2017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을 받으며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한 정형무 시인이 처녀시집 <닭의장풀은 남보라 물봉선은 붉은보라>(우리詩움 발행, 1만원)는 시집을 발간했다.
서울에서 건축사(MAP한터인건축사사무소)로 활동하고 있는 정 시인은 이 시집에 50년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여읜 아내, 그리고 멀리 떨어져 공부하고 있는 딸에 대한 사랑과 애틋한 애환이 서린 시어(詩語)를 80여 편에 담아냈다.

“시의 싹은 사랑과 슬픔의 곁가지에서 움트며 자라나, 아무래도 시는 외롭거나 아프거나 사랑에 주린 이들의 전유물인 것 같다.”고 말하는 정 시인은 “시집을 묶어놓고 보니 웃을 때 울고 슬플 때 울 줄 알던 한 사람에 대한 것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웃을 때 울 줄 아는 한 사람’은 바로 먼저 간 그의 아내를 지칭한다.

첫 시집에 대해 “반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 줄 알던, 스스로와 남에게 솔직하고 경건하던,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켜낸 한 사람에 대한 것들”이라는 그는 “나머지는 하루가 온 삶인 듯 깨우친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와 몸부림에 대한 것들”이라고 소개한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얼마나 거짓처럼 찬란한 곳 아니냐?”는 정 시인은 “두 번 못 올 세상, 함께 하는 이들과 이러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묶어본 것”이라고 덧붙인다.

남송의 육유(陸游, 1125-1210)의 시 ‘검문 가는 길에서 가랑비를 만나다’에 나오는 구절 “먼 곳을 다녔어도 넋을 잠재우지 못했네/ 이 몸은 정녕 시인이련가(遠游無処不消魂/ 此身合是詩人未)”를 마음에 늘 새긴다는 그는 “장차 죽음을 넘어서는 유일한 존재 ‘사랑’과 더불어 인간산수(人間山水)를 넘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 더 써보려고 한다,”며 “독자보다 시인이 더 많은 세상에 괜한 짓을 했나 하는 조바심도 있다.”고 너스레다.


정 시인의 작고한 아내(박영숙)에 대해 대학친구들은 “전주대 학보사 기자 출신으로, 결혼 이후 38세 때부터 암 투병으로 입원 생활을 했으나 12년여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다가 평안하게 생을 마쳤다.”면서 “생전에 독실한 기독인으로 살아간 그녀의 열정적이며 긍정적인 태도는 주변에 늘 웃음과 유쾌한 분위기를 전해준 미소천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부부이면서서도 동지로서 서로 존중하며 사랑한 모범 가정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져 세상을 떠날 때 주위에서는 “정말 우리 세상에서 보기 힘든 현모양처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시집 해설을 쓴 임채우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슬픔과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언어, 대체 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문을 갖지만 이내 곧, “전기적 편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시들”이라고 설명했다.

임 평론가는 시인의 자의식에 고착된 무거운 이미지가 도달한 곳은 ‘죽음’이라고 했다. 아내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외로움이 죽음의식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죽음의식은 부러진 날개의 나비로 형상화되며, 시인은 이것을 ‘시즉검(詩即剣)’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살즉검(殺即剣)’이 되어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시집 짓기를 마칠 때쯤, 정 시인은 충일한 생명력으로 두 날개를 펴고 자유를 만끽하며 하늘을 활공하는 소리개가 될 날을 기대해본다.

정형무 시인은 1961년생으로 전남 나주에서 출생했다. 2017년 월간 <우리詩>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건축사로서 MAP한터인건축사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상처의 아픔을 다스리기 위해 짬을 내 국궁에 취미를 붙여 전주 천양정에 나가 활쏘기에도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zenzen99@map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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