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발의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강한 분노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해당 개정안은 전북도지사가 로봇 실증특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실증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처벌 규정 적용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역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후순위로 밀어내는 것으로 1970년대 박정희식 노동자 희생으로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구시대적인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 그리고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오명 속에서 사회적으로 어렵게 도입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제정한 법을 이제 같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앞장서 무력화하려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노동자의 피와 죽음 위에 어렵게 세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스스로 허물겠다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인가?
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기업이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을 비용으로 계산하지 못하게 하고, 경영책임자에게 분명한 예방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지역, 특정 산업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것은 결국 “산업 실증을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생명쯤은 예외로 둘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기술 실증과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하고 처벌을 뒤로 미루겠다는 발상은 혁신이 아니라 퇴보다. 그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골적인 책임 회피이며, 기업에 대한 특혜일 뿐이다.
전북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전북은 2024년 사고사망만인율 0.6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도 전북의 업무상사고사망만인율은 계속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까지 유예한다면, 전북의 산재사망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사망이 가장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에서 필요한 것은 처벌 유예가 아니라 더욱 강한 예방책과 더욱 엄정한 책임 추궁이다.
지역 발전을 말하려면 먼저 그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노동자 권리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을 끌어오겠다는 낡은 방식은 전북을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과 생명권이 가벼이 취급되는 지역으로 낙인찍을 뿐이다. 전북이 가야 할 길은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규제완화 경쟁이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과 책임, 가장 두터운 노동권 보장을 기반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전북의 젊은 노동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지 않을 것이며, 타지의 젊은이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전북으로 올 것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분명히 요구한다. 윤준병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조항을 담은 전북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