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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철희 지점장 |
대한민국의 전통 명절 가운데 하나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설이 가까워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동안 감사했던 사람들, 고마웠던 얼굴들을 떠올리게 된다.
작은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이들도 많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때로는 선물보다 한 장의 편지가 마음을 더 깊이 전해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소통이 일상이 된 시대 속에서 오히려 손글씨 편지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빠르게 오가는 메시지보다 천천히 써 내려간 문장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는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편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 역시,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마음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 설을 앞두고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고자 한다.
우리 부모님은 오랜 세월 병환과 함께 살아오고 계신다. 아버지는 30년째 뇌경색으로 투병 중이시고, 어머니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일상의 불편을 감내하고 계신다.
이 긴 시간 동안 가족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오며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안부를 묻고 같은 식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님을 섬기는 형제자매들의 마음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힘이다. 특히 말없이, 묵묵히 부모님 곁을 지켜온 여동생들의 헌신은 가족이라는 이름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다시 깨닫게 한다.
그 삶의 무게는 여러 차례 효행상 수상으로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자리를 당연한 일처럼 지켜 온 매일의 시간 그 자체다.
그 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보태 온 모든 가족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 효심을 자연스럽게 닮아 조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조카들이 바르게 자라주고 있음 또한 우리 가정의 큰 위로이자 희망이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사람됨을 잃지 않고 자라준 아이들을 보며 가족이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울타리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2남 2녀 형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오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묵묵히 이어온 일상의 시간들이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요란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임을 서로가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시간의 중심에는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아내가 있다.
앞에 나서기보다 곁을 지키며, 말보다 삶으로 가정을 떠받쳐 준 존재였다.
그 인내와 동행에 늦었지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자식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주고 있음이 고맙다.
부천에서 성실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큰아들, 가정을 이루어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둘째 아들. 부모로서 바라는 것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을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분명히 알게 된다.
설날을 앞두고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서면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도 따라온다.
큰아들로서 더 살피지 못했고, 더 자주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한 조용한 반성도 함께 남겨본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으며 우리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더 빨리 가는 삶이 아니다.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충분히 인정해 주는 한 해다.
설날은 새로 시작하기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감사로 정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을 지켜봐 주었고, 힘들 때 기댈 수 있어 주었던 그 시간들에조용히 고개 숙여 감사한다.
아마도 우리가 해마다 설날이 되면 다시 가족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그곳이 언제든 돌아가도 괜찮은 자리라는 사실을 서로가 말없이 지켜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