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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erviewer 허문경 전주대 연구교수 |
전북특별자치도는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도시, 생명경제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설치되었다.
생명과 안전을 목표로 친환경 자원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성장방식의 경제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생명경제도시 의미를 알아보는 ‘생명경제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그 열두 번째 시리즈로 (유)우리에듀 김주하 대표를 만나 특수교육대상자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에 대해 알아봤다.<편집자>
# 장애, 개인의 다양한 특성으로 바라보기
(유)우리에듀는 발달장애아동의 방과후학습을 돕는 ‘우리방과후센터’와 성인발달장애인 대상 ‘우리주간활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하던 날, 김주하 대표는 다니는 대학원 특수교육과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았다고 했다.
“창업을 해보니, 부모님들과 소통하거나, 아이들에게 개별적 지원을 할 때 좀 더 전문적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석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과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조금 더 배우고 싶은 주제가 있었고, 오늘 발표하게 되었어요. ‘강점기반접근법(Strengths-Based Approach)’이라고 해서 발달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병리학적 개념으로 개인 내적인 문제나 결핍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한 특성 중 하나로 바라보는 것이예요. 장애인복지·지역사회복지·재활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고요. 장애인과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견되는 불일치를 어떻게 지원하고 또 어떻게 하면 강점을 계발해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까에 관한 내용으로 발표했어요.”
“예를 들어,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든지 학습능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사회성이 높아서 어려움이 있는 친구를 도와준다든지 각각 가지고 있는 강점들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지원을 하게 되면 사회참여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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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하 대표. 우리에듀는 10명의 상근자가 함께 일하는 8년차 기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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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장애인들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김 대표는 2018년 우리에듀 법인을 설립하기 전 장애 전담 어린이집 교사로 10년 근무했고, 결혼을 계기로 퇴사 후 1년 반 동안 부부가 함께 세계여행을 했다.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사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장애인을 특별할 것 없이 대한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는 걸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 맞은편에 엄청 예쁜 여성분이 걸어오고 계셨거든요.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그분이 양팔이 없는 거예요. 민소매를 입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양팔이 없다고 하면 민소매를 입지 못하잖아요. 근데 민소매를 입고 너무 당당하게 걸어오시는데 잘못봤나 할 정도였어요.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고, 이렇게 스스로 모습에 당당할 수 있는 그분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파리의 시민들이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정말 정말 그냥 민소매였어요. 환부가 드러나 있었어요.”
체코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우선하여 슬로프를 설치하는 도시철도 트램 기사와 승객들이 다르게 보였다고 했다. 호주에서는 지인의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장애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봤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장애인 친구와의 관계를 물어보니 오히려 의아해했다. ‘그냥 내 친구, 똑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인데 나한테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거야’라는 반응이었기에 자신의 질문 의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한편, 국회미래연구원의 2023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장애인 차별이 있다’라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80.1%였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알고 있는 장애인의 비율은 14.9%에 그쳤다.
# 발달장애아동 방과후학습시설 필요하다
김 대표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사실은 아니고요, 아이들에게 학원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겁없이 하게 됐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김 대표는 장애전담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학부모들의 고충을 접하게 되었다.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1학년은 수업시간이 짧다. 방과후 병원과 치료센터만 다니게 된다. 사설학원 이용이 어려운 장애아동들에게는 다양한 놀이와 학습을 위한 대안이 필요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발달장애라고 하는데 발달장애 경우, 지적인 능력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설학원 이용은 어렵다. 태권도 학원이나 미술학원 정도는 가능하지만, 수학이나 국어학원은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1개월간 66시간 치료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한다.
우리에듀는 발달장애 아동들이 정규교육을 마치고 방과후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보건복지부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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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듀 방과후센터 앞에선 김주하 대표. 이용자 모집광고 중인 우리주간활동센터는 바로 옆 건물 2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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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기업가 도움․정부 지원제도, 운영 부축
김 대표의 창업은 2018년 3월, 한편 보건복지부 바우처제도는 2019년 9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의 정식 명칭은 ‘청소년 발달장애학생 방과후활동 서비스’이다.
이 제도 시행 이전에는 이곳을 이용하는 아동들의 부모가 전액 수업료를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적은 수업료로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이 ‘쿠미운동발달센터’ 문병무 대표를 소개해 주었다.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셨던 거예요. 사업계획서는 이렇게 쓰면 되고 이건 어떤 장점이 있고 또 어떤 단점이 있고, 그때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좀 알게 됐고, 2018년도 3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7월에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인건비 지원 사업을 받아 사업장을 계속 유지해 오게 된 것이지요. 사회적기업 인건비 사업으로는 전문인력 1명을 받았고요. ‘청년혁신가 지원사업’이라고, 그 사업을 통해서 2년 간 여러 명 더 지원을 받았어요. 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정말 문병무 대표님의 조언과 사회적기업 지원제도가 없었으면 아마 저는 여기 없었을 거예요.”
# 우리에듀, 기관 이용시간과 근로환경은?
창업 8년 차인 우리에듀에는 현재 김주하 대표를 포함하여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 2명은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를 통해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이다. 7년을 함께 해온 것이다.
김 대표에게 직원의 급여는 충분한지 물었다. 흔히 사회적경제 분야의 직업은 급여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괜찮은 일자리(디센트 잡)’가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듀 직원은 전원 정규직이며, 2023년부터는 호봉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김주하 대표는 답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은 보건복지 분야의 기관 이용시간과 근로환경에 있는 듯했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센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오후 1시에서 저녁 7시 사이에요. 그러면 선생님들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정부 바우처도 그런 시스템으로 지원을 해줘서 주 40시간 한 달에 209시간 기준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요. 저희는 다른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근로자 선발에 신경을 썼고, 2023년부터는 안정적 근무 환경을 위해서 호봉제를 도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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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후센터는 100평의 공간에 여러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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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단계교육․돌봄서비스 프로그램 제공
우리에듀의 ‘우리방과후센터’에서는 뉴키즈성장체육, 동물체험, 키즈카페 체험, 원데이클래스, 생일파티, 창의미술, 쿠킹클래스, 공연 관람, 시즌 파티, 다양한 교구 활동 등과 함께 ‘사회적응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센터 주변이나 전주시내 기관을 방문하는데, 예를 들어 맥도날드 매장의 키오스크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 보는 연습을 하고 실제로 주문해 보는 활동이다. 이 밖에도 카페, 시장, 약국 등 지역사회의 장소를 활용한다.
성인 발달장애인 대상 ‘우리주간활동센터’는 공교육 수료자를 대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132시간 또는 176시간 사용가능한 보건복지부 바우처가 활용된다. 우리주간활동센터 이용자 중 직업활동을 하는 경우, 파트타임 근무를 마친 오후 1시 이후부터 주간활동센터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우리주간활동센터 곳곳에는 이용자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캠핑, 원예, 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 장애 당사자․가족 지원, 어떻게 하고 있나
전북대학교병원 부근의 ‘우리방과후센터’와 ‘우리주간활동센터’ 주변에는 장애인 이용시설이 여러 곳이다. 우리에듀도 ‘쿠미운동발달센터’, ‘우리언어감각발달센터’, ‘부모마음충전소’와 협업하고 있는데, 병원을 비롯하여 이들 시설 이용을 위해 시간 맞춰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과 보호자에게는 협업을 통한 이동지원 서비스가 매우 유용하다.
‘부모마음충전소’는 육아코칭, 부모교육, 부모상담을 하는 지원시설이다. 김 대표는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탤런트 오윤아씨가 “내 자식이지만 하루종일 같이 있는 것은 지옥같다”고 말한 것은 용기있는 발언이었고, 장애아동의 부모들이 그 발언을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64만6,922명이고, 장애인의 35.3%는 일상생활 수행 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상생활지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2.3%로 2020년 54.9%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장애인을 포함한 가족의 부담을 보다 넓은 범위의 공동체가 나누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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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발달장애인 활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주간활동센터의 이용자 모집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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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장애인 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상당히 높고, 농촌지역은 더욱 높다. 정책-지원시설-이웃의 지지가 모두 필요하다.
우선은 중앙정부의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 2025년 6월 새 정부가 발족하며 예산이 복구되었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보건복지 예산이 삭감되어 주간활동센터 이용 대기자가 전주시에만 1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우리에듀와 같은 지원시설이 늘어나면 김 대표가 말한 ‘강점기반접근법’에 의한 개인 맞춤형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그냥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게 어릴 때부터 교육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우리방과후센터’가 50평에서 100평으로 확장공사를 할 때, 바닥공사를 맡은 분은 재료비만 받고 설치해 주었고, 과일을 기부한 분도 있다고 한다.
김주하 대표의 활동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이웃에게 전파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