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지난 35년간 내부개발이냐, 해수유통이냐를 둘러싼 이분법적 프레임에 갖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그 오랜 교착상태를 풀고, 신속한 개발과 지속 가능한 전환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이차전지 중심의 미래 산업을 유치하고, 농식품·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청사진을 통해 새만금을 전라북도 산업구조 전환과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전환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지속 발전의 상징 프로젝트로서 새만금을 바라보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새만금의 구조적 과제: 수요 변화, 수질, 안전성
새만금 개발의 출발점은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용지 조성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쌀 과잉, 농업 생산성 둔화, 그리고 높은 관리비용이라는 현실 앞에서 당시의 개발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했습니다. 이제 새만금의 기능과 정체성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질입니다. 당초 계획대로 새만금호를 담수호로 할 경우 수질 악화를 감당할 수 없으며, 제한적인 해수유통만으로도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렇다고 해수의 전면적 상시 유통도 간단치 않습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와 해수 만조가 겹칠 경우, 유입된 홍수를 외해로 배출하지 못하여 새만금 내 저지대가 침수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수위를 조정하면, 새만금 내부 기반시설 전반의 기본계획도 변경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수질 개선과 홍수 안전성, 기반시설 정합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통합 수문 운영 체계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해수유통을 확대하는 과학적이고 유연한 전략이 요구됩니다.
◇ 이재명 정부의 새만금 공약: 미래를 여는 종합 청사진
이재명 정부는 새만금을 국가 미래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RE100 기반 국가산업단지 조성, ② 이차전지 및 첨단산업 유치, ③ 해수유통 확대 및 조력발전소 검토, ④ 농식품·바이오 산업 활성화, ⑤ 초광역 교통망과의 전략적 연계.
특히 해수유통 확대와 친환경·첨단산업 육성의 연계는 담수화 실패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자 환경개선과 산업진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해수유통은 기존 매립계획, 구조물 설계, 농업용지 지정, 간선도로 및 구조물 설계 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단순한 수문 개방이 아닌 전면적·정합적인 계획 재설계가 필수적입니다.
◇ 성공적 이행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제언
1. 유연한 토지용도 전환으로 공간전략 재구성
이미 매립된 농업용지는 스마트팜 실증단지, 청년농 육성 시범지 등으로 전환하여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미 매립지는 수상 태양광 발전단지와 수변 생태 복원구역 등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수상 태양광은 매립 없이도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며, 환경 영향이 낮아 탄소중립 시대에 최적화된 대안입니다.
2. 수문 운영 규칙 정비 및 상류 유역 대책 병행
새만금호의 수질 문제는 단순히 내부 순환 문제뿐 아니라, 상류 유역의 오염물질 유입과 퇴적물 축적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통합 수문 운영 규칙의 정비와 함께,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 만경강·동진강 저류지 정비, 내부 준설 및 생태 복원 등 상류와 하류를 포괄하는 다층적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3. ‘도민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으로 사회적 수용성 확보
그동안 새만금 개발이 반복적으로 좌초된 가장 큰 원인은 중앙정부 주도 방식의 한계였습니다. 이제는 지자체, 기업,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 주민, 시민사회, 청년 세대까지 함께 참여하는 ‘새만금 상설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태양광 발전부지 확대 시 수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 등을 도입하여 지역 주민이 새만금 개발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물류 인프라 확충과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환경 개선
새만금은 값싸고 넓은 용지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리고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항만·공항·철도 등 물류 인프라의 미비와 열악한 정주 여건이 여전히 기업 유치와 인재 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장지대’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변 도시를 친환경 건축, 스마트 인프라, 교육·문화·레저 복합기능을 갖춘 미래형 도시로 브랜딩해야 합니다.
따라서 도시용지 분양을 서두르기보다는 최첨단 미래형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한 후, 입주기업과 연계해 종사자에게 파격적인 정착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도모해야 합니다.
◇ 끝맺으며: 새만금, 대한민국 지속 가능성의 상징으로
새만금은 더 이상 과거의 식량안보 논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시대,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녹색 전환과 지속 가능성의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새만금 내부 개발과 해수유통이라는 상충된 가치를 통합하고, 기술·환경·지역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개발전략을 구현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새만금의 성공적 미래를 여는 열쇠이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