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놀이문화가 많지 않았던 시절 노래방은 친구끼리 또는 가족끼리도 찾아가던 몇 안 되었던 서민들이 즐겨 찾던 일과 후 놀이터였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월남 특수와 중동 건설의 온기가 전국으로 퍼져 갈 때 일과 함께 쉼이 필요했고,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노래연습장이 우후죽순처럼 전국 도심에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우리에게는 모두가 잘 살아 보자고 앞만 보고 달려가던 경제 성장기가 있었고, 성장의 과실이 익어 가면서 놀이문화도 다양하게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열심히 일했고, 산업화로 시작하여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88올림픽을 전후하여 IMF 이전까지 그야말로 전력투구하던 그 시절은 직장에서는 빡 세게 일을 해야만 했다. 직장 내 초과근무는 기본이고 밤늦게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았고 나라에는 수출지향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개인은 전체를 위한 존재에 불과했기에, 직장에서 회식이 자주 있었는데 직장내 결속을 다지고 단합된 마음으로 성과를 내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큰 회사는 부서마다 회식들이 수시로 열렸다. 이러한 회식문화와 함께 성장한 업종이 있었으니 바로 노래방이다.
1차 저녁 식사에는 삼겹살에 소주가 기본이었고, 2차는 자리를 옮겨 맥주와 마른안주를 입가심해서 이어갔다면 3차에는 노래방에서 각자 한 소절 뽑고 헤어지던 직장의 회식문화가 전성기를 이루었다. 저렴한 가격에 회식 때 마신 술도 깰 수 있는 2,3차 장소로 노래방만큼 적합한 곳이 없었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의 유흥가에는 노래방들이 한두 집 건너 들어설 정도로 문을 열었고 이름있는 업소는 황금시간대에는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일도 허다 하였다. 노래방은 젊은 직원들에게는 상사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고, 실력을 뽐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처럼 잘나가던 노래방은 2010년 전국적으로 3만6000여 개 넘던 업소수가 2016년 전후하여 창업보다 폐업 업소가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2024년에는 2만5000개 이하로 감소하였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 2020년 한해에만 2,137곳이 폐업하였고, 이후에도 코로나는 끝났는데 노래방을 찾는 고객은 늘지 않고 계속 줄어들기만 하였다.
이는 MZ세대의 개인화 성향으로 직장 내 강요되는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직장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워라벨 문화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노래방의 전성시대는 오지 않고 계속하여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집단보다 개인위주의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라는 제재대상에 따라 무조건 상사의 지시에 따라 회식하는 일도 없어지게 되었으며, 2018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가 법적으로 강제되면서 그동안 퇴근해도 상사들에 의해 마저 못해 회식에 갔던 문화까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 노래방에서 상사의 여직원 성추행 보도는 여직원에게 “노래방 가자”라는 권유는 절대로 하여서는 안 되는 금기어가 되었고, 노래방을 찾는 이유까지 없어지게 되었다.
집단회식이 줄어들고 2차가 사라지면서, 주력 고객층이던 젊은 세대는 집단여가보다 개인화된 여가선용이 한몫하게 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혼술이 많아지고 혼자 즐길 수 있는 값싼 코인노래방이 틈새시장을 열었지만, 노래방의 하락추세는 막지 못하였다.
기성세대의 젊은시절 여가선용은 PC방이나 당구장, 또는 노래방을 찾았지만 지금의 젊은세대는 OTT 스트리밍 대중화로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인터넷을 통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받아 즐기고 있다. 궂이 노래방을 찾지 않아도 넷플릭스, 티빙, 유트브 등 OTT 플렛폼에서 서비스를 받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집단이 우선하는 시대에는 단체회식은 시대의 흐름이었지만, 개인이 우선하는 시대는 각자가 즐기는 소비습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일 끝나고 저녁에 먹는 회식이 아니라, 점심에 맞있는 것 먹고 퇴근 후에는 개인 취미활동을 하거나 자녀들과 같이 어울려 주는 부모가 되어야 인기 있고 대접받는 세대가 된 것이다.
노래방의 고객이 줄어든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를 이끄는 세대인 20~40대 젊은층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 0.7이 말해주듯, 우리나라 인구가 점차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출산 지원대책을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퍼부어도 반짝효과만 나타날 뿐 대세는 출산율은 저조하고, 인구는 고령화하는 추세로 젊은 세대가 줄어듦으로써 노래방의 주 고객층 또한 손님 감소로 연결되어 매출이 하락하고 생존을 위협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춤과 노래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팝 열풍도, 그 기원도 전국적으로 수많은 노래방에서 가족끼리, 동료끼리, 단체로 흥겨워서 불렀던 실력들이 기본 바탕이 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노래는 고단했던 우리 민중의 삶 원동력이었다. 조상들은 모를 심을 때 권농가를 불렀고, 추수 때는 풍년가를 불렀다. 노래를 통해 서로의 결속력을 다져온 한민족의 DNA가 우리가 고난을 이겨내고 삶을 지탱하도록 한 에너지였다.
BTS가 얼마 전 일본 도쿄돔에서, 11만 관중이 운집한 자리에서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관객과 함께 떼창하였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 총독부가 우리 민족의 얼이 살아 있는 아리랑이라 하여 부르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 심장부에서 그들과 함께 아리랑을 힘차게 불렀다니 가슴 뭉클하고 자부심이 솟아난다.
회식문화가 없어지는 바람에 사라져 가는 노래방 살릴 길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