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권철주 박사=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했으며,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북지역대학 법학과 학회장으로 할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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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사각지대 중 하나가 부동산 전세 사기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2024년 12월 기준 2만5578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4분의 3이 40세 미만의 청년층이고, 대부분 전세 보증금을 떼이고 길거리에 나앉을 상황이다. 그래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임차인에게 피해자 요건에 맞는 지원제도를 마련하고자 2023년 6월 1일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해당 특별법은 대출과 경•공매 지원을 하며, 경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LH가 집을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과정에 사각지대가 있어 현행법으로는 피해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현행 등기법상의 미비점을 악용해 허위·위조 서류를 제출해 부동산 등기부를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전세 사기 등 각종 부동산 사기에 활용하는 범죄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
그 중 하나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위를 획득한 임차인이 경매로 집을 낙찰 받으려고 준비하는 중에 ‘전세 사기꾼’들이 무자본 갭투자(전세사기 피해자 전세금 전액 승계 조건)으로 집을 사고, 그 집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이하 가등기)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등기 덫’에 걸리면, 전세 사기 피해자는 해당 가등기 말소가 절실하다. 경매시장에서 가등기가 걸린 주택은 낙찰 가능성이 거의 없고, 낙찰 받아도 순위 보전 효력이 앞서는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한 순간 소유권이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위를 획득한 김씨는 경매로 집을 낙찰 받으려고 준비하던 중 이 집에 가등기가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등기부등본을 보니 신씨는 2022년 4월 8일 무자본 갭투자(김씨 전세금 전액 승계)로 집을 샀고, 같은 달 29일 문제의 가등기가 설정돼 있었다.
최근 한국일보가 김씨와 같은 피해자를 수소문해 분석한 결과, ‘가나개발(가명)’이 서울·수도권 빌라 85채에 가등기를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81채에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었다.
임차권 등기는 법원 명령에 따라 해당 부동산 등기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임차권)를 기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81채의 전세사기 피해자 모두 전세금을 떼여 강제경매에 착수했다. 하지만 81명의 피해자는 경매에 가더라도 유찰이 불가피해 가등기가 말소되지 않는 이상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가등기말소소송(민사)에 매달리지만, 원고가 사실 관계를 전부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은 가등기 주택을 제외하고 있다. ‘법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러므로 시급히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은 법원 등기관이 부동산 등기를 접수하면 관계 행정기관에 자료 진위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허위·위조 서류를 제출해 부동산 등기부를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전세 사기 등 각종 부동산 사기에 활용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하면 전세 사기꾼들의 농간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직도 전세사기특별법의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신탁전세사기이다. 그것은 임대인이 신탁회사에 건물의 소유권을 넘긴 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의 사기 유형이다.
부동산을 신탁하는 경우 임대인은 위탁자에 불과해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는 집을 임대할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임대인과 신탁 부동산에 대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임차인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은 보수적이고,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기에 특정한 법으로 ‘법 기술자’들이 미래에 벌릴 법적 농간을 미리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
법적 현실은 사기꾼들의 농간에 의한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하면 그제야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같은 범죄를 막을 법을 만들게 된다. 또한 법적 체계에 있어서 하나의 법은 다른 법과 충돌하거나 법적 기득권을 침해할 수 없다. 이것은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런 사법체계에서 법에만 의존하거나 법을 멀리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법은 사후 약방문이기 때문에 사건이 생겨서 법에 호소하면 이미 늦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고 사건이 터져 부리나케 법에 호소해도, 거미줄을 쳐놓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법적 덫’을 놓고 먹이 감을 고르는 사기꾼들과의 법적 다툼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설사 지루한 법적 소송을 거쳐서 이긴다 해도 엄청난 피해를 벗어날 수도 없다.
똑같은 전세사기를 당해도 전세사기특별법상 지원방식이 피해자요건에 의해 다르다. 이것은 차별이 아니라 법적 체계에 의한 구분이기 때문에 전세 계약을 하고자 하는 임차인은 꼭 알아야할 법적 상식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의 피해자 요건은 네 가지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전세계약을 맺은 집을 인도 받아서 살며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다.
전세계약을 맺은 집을 인도 받아서 살며 전입신고를 하면 대항력을 갖게 된다. 그러면 계약 기간 내에 집주인이 바뀌어도 남은 기간 동안 계속 살 수 있는 권리와 기간 만료 후에도 보증금 전액을 받을 때 까지 이사하지 않고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런 권리는 주민센터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보통 우리는 성실하고 착하게 살면 법이 필요 없다는 안이하고 위험한 생각을 하면서 산다. 냉혹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적 덫’을 놓고 먹잇감을 노리는 ‘법기술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소한의 법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사회에 갓 진출하는 청년들은 사적 계약, 특히 부동산 계약에 필요한 법적 지식을 알고 적절한 태도를 갖추어야지만, 예상하지 못하고 갑자기 겪게 될 전세 사기와 같은 피해를 방어할 수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