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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왔어요

김복산 기자 입력 2009.12.29 10:52 수정 2009.12.29 10:52

노송동에 위치한 세탁소 근처에 8천여만원의 성금 남겨…사상 최고의 기부액수 기록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키로

“드디어 왔어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왔어요~.”

해마다 전주 노송동에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을 몰래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 대한 사랑의 온정을 전할 수 있게 됐다.

29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5분경,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주변 세탁소(우리세탁소) 근처에 종이박스 하나가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한 주민센터 직원 4명이 단걸음에 달려가 보니 종이박스 하나가 놓여 있음을 발견했다.

박스 안에는 5만원권 100장이 묶여진 돈다발 10개(5천만원)와 만원권 100장이 묶여진 다발 30개(3천만원), 그리고 잔돈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결식아동돕기용으로 제작된 사랑의 빵저금통 각 1개씩에 들어있던 26만5천9백2십원(500원짜리 20만1천5백원, 100원짜리 6만천8백원, 50원짜리 천7백5십원, 10원짜리 8백70원) 등을 포함해 총 8천26만5천9백20원이 들어 있었다.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의 올해 기부 액수는 지난 10년간의 기부 중 최고 액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상자 안에서 A4 용지에 프린트된 한 통의 편지도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들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메모와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존경합니다. 어머님께 사랑합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추신이 남겨져 있어 화제를 모았다.

소식을 접한 주민센터 직원과 민원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의 박수로 남모른 선행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주시는 지난 2000년 4월 이후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얼굴 없는 천사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성금을 소년소녀가장과 생활이 어려운 홀로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중노2동주민센터(당시 동사무소)에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홀연 사라진 이후 올해까지 10년 간 11차례나 선행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기부한 액수는 지난 9년간 기부한 8천백9만7천200원과 올해 8천26만5천9백20원을 포함, 총 1억 6천백36만3천120원에 달하며 올해 기부액수가 지난 9년간의 총 기부액에 육박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이의 선행이 해마다 세밑이면 되풀이되면서 만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돈이 놓인 장소만 알려주고 사라져 지금까지 이름도, 나이도 알 수가 없어 ‘얼굴 없는 천사’로만 불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근 집창촌 포주이거나 신원을 밝히기 꺼리는 ‘조직폭력배’가 아닐까 하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자수성가한 사업가 또는 신앙심이 깊은 자선사업가일 것이라는 설도 나온 지 오래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키로 하고 조만간 기념비를 제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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