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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탈핵전국순례 공동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추가하지 말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하라"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6.09.14 10:16 수정 2026.09.14 10:16

지난 2026년 9월 1일, 전국탈핵순례단은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울진핵발전소 앞에서, 그리고 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만들어지는 세종에서 동시에 첫걸음을 뗐다. 순례 10일째인 오늘 우리는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 있다. 전북은 고창-영광 한빛핵발전소 위험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 지역이다. 핵발전소의 위험은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사고와 방사능 오염은 행정구역을 가르지 않으며, 바람과 비와 물길을 따라 시민의 삶과 일터로 번진다. 한빛핵발전소의 위험에서 전북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은 엄중한 시기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33·34호기와 SMR 1기를 영덕과 기장에 초고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6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단 3개월 만에 부지선정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공론화도, 숙의도, 주민의 동의도 없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와 SMR을 추가로 넣을지는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며 9~10월 초안 공개, 12월 확정 일정을 예고했다. 부지는 이미 정해 놓고 의견은 이제부터 듣겠다는 것이며 결론을 세워둔 채 절차만 밟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묻는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왜 부지부터 선정했는가. 또한, 공기업 한수원이 세운 계획을 국가가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가. 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위험을 지지 않고, 위험을 지는 사람은 계획에서 배제되어야 하는가.

오늘 우리는 선을 긋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걷는 이 길은 희망의 길이고, 생명의 길이다. 저 위에서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는 이들은 눈앞의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만 우리는 그 숫자 밖에 있는 사람과 삶의 모든 가치를 생각한다. 그래서 걷는다.

이에 우리는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마라

하나, 설계수명 다한 한빛 1·2호기는 약속대로 폐로하라!
한빛 1호기는 지난해 12월 22일 40년의 설계수명을 다해 운전을 멈췄다. 한빛 2호기 역시 내일이면 설계수명이 끝난다. 그러나 한수원은 한빛1·2호기를 각각 10년 더 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연장 허가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안위는 오는 9월 11일 회의에서 한빛1·2호기, 고리 3·4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과 운영 변경허가(안)을 심의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는 한빛 1·2호기와 고리 3·4호기의 수명연장 절차를 본격화하려는 시도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수명연장 심사가 '허가를 전제로 한 형식적 보완 절차'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빛 핵발전소는 지난 수십 년간 각종 고장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사고와 부실시공, 관리·감독 실패를 경험해 온 주민에게 또다시 '안전하다'는 말로 수명연장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억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원칙대로 폐로하고, 안전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나, 핵폐기물 무한 부담, 핵발전소 지역에 강요하지 말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최소 10만 년 이상 완전히 격리하여 보관·관리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쓰레기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30년 한빛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수조 포화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저장시설을 만들어,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이 별도 부지에 확보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보관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우리는 ‘임시’라는 이름으로 핵폐기물의 무한 부담을 기존 핵발전소 지역에 떠넘기려는 것에 대해 규탄하며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제정된 법에 기반한 비민주적 주민 동의 없는 ‘임시 저장시설’ 건설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지역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와 지역 공론화부터 먼저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하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7월 ‘한빛핵발전소에 2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 가동에 6.3GW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이러한 명분을 앞세워 무책임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선택이다. 핵발전소는 지금 착공하더라도 가동까지는 최소 13~15년이 걸린다. 2040년이 되어도 활용이 어려운 신규 핵발전소를 전력 공급의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가장 느린 에너지 수단인 핵발전은 해답이 될 수 없다.

또한, 기후위기시대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핵발전과 재생에너지 전환은 함께 확대될 수 없다. 정부는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핵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구조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핵발전은 출력을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전원이며, 전력 계통상 재생에너지의 접속을 지연시키고, 출력 제어를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규 핵발전소가 아니라 계통 운영과 전력망 정책의 전환이다.

한빛 1·2호기 계속 운전, 부지 내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신규 핵발전소 추가 언급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호남 지역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이것을 ‘수용성 확보 과정’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압박과 폭력이라고 부른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에 요구한다.
하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SMR 추가 반영을 중단하라.
하나. 영덕·기장 신규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설계수명 만료 원전을 폐로하라.
하나. 처분 대책 없는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강행을 중단하라.
하나. 전력수요 전망을 전면 재검증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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