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기, 색으로 보는 경고등
색은 때로 말보다 먼저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특히 빨간색은 위험과 경고, 긴급함을 알리는 색으로 우리 일상 곳곳에서 사용된다.
신호등의 빨간불, 소화기의 빨간색, 비상경고등까지 우리는 빨간색을 보면 본능적으로 멈추고 주변을 살핀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빨간불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9일 밤 전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활어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4시간 19분 만인 다음 날 오전 3시 32분께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운영 중이던 19개 점포와 1452㎡가 화마에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상인들에게는 하루아침에 생업의 터전을 잃은 큰 재난이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잔해물 처리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전주시에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 5억 원을 지원했다.
Ⅱ. 불 나기 전, 빨간불은 없었을까
이번 화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다.
화재가 발생한 활어동은 1993년 완공된 건물이다. 당시에도 현재에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과 실제 재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색채심리에서 빨간색은 주의를 환기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상징으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지역 안전에서 빨간색은 무엇을 의미해야 할까. 노후한 시설, 복잡한 전기설비, 부족한 소방시설, 막힌 대피로처럼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위험요소 등이 우리가 찾아야 할 ‘레드 시그널’이다.
Ⅲ. 안전, 기준 넘어 상시적 점검해야
재난은 법적 기준을 확인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시설이라면 현재의 위험 수준을 다시 살피고,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시설과 대피체계가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북에는 전통시장과 오래된 공공시설이 적지 않다. 이제 안전점검도 ‘의무 대상인가’라는 질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실제로 안전한가’, ‘위험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등을 철저히 함께 살펴야 한다.
Ⅳ. 안전 전북에도 레드 시그널 필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전북의 노후 시장과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레드 시그널 안전점검’을 제안하고 싶다.
법적 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위험도가 높은 곳부터 개선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다.
안전은 사고 이후 얼마나 빠르게 복구했는가보다 사고 이전에 위험을 얼마나 먼저 발견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시설 하나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가는 삶의 공간이다.
안전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Ⅴ. 맺는 말, 위험요소를 감지하는 눈
우리 주변에는 이미 위험을 알리는 수많은 빨간불이 켜져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그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전북의 안전이 좌우될 수 있다.
전주의 화재가 단순히 한 시장의 사고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북 곳곳의 위험 신호를 다시 살피고, 작은 이상을 큰 재난으로 키우지 않는 예방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위험을 감지하는 눈, 그리고 그 신호에 즉시 움직이는 행정과 지역사회의 책임이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든다.<홍은선 에듀피아 홍쌤행복연구소장대표․전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