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박의 정치학 2
통통…,
수박을 보면 두드리고부터 보는 거
겉이 푸를수록 그 속이 참인지
끊임없이 확인을 해 봐야 직성이 풀리죠
두드리다 보면 감이 오기도 하죠
두드렸을 때 빈 소리가 나는 거
손바닥에 닿는 소리의 진동이 크고 무거운 거
제대로 된 수박은 그런 거라는 거
햇볕을 받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자란 수박은
당도의 불균형이 나타나요
애써 진열대에 올랐어도
요주의 수박으로 언제든 색출 대상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잎줄기와 똑같은 보호색으로
철저히 자신을 숨기는 법을 익혀온 수박들
육안만으로는 당최
농익은 정도를 식별해 내기가 어려워요
큰 수박 하나 잘못 사면
비싼 값을 주고도
수박 속같이 붉은 속을 다 들어내야 하는 거
그러기에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살 때마다
너 수박이지? 너 수박이지?
두드려보고 또 두드려보고
분단 이래 쭉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 김형미 시인=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
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6회 불꽃문학상, 2014 한국문학예술상, 2016 서울문학상, 2019 목정청년예술상, 제2회 전국황토현시문학상, 2025 아름다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그림에세이 『누에』, 그림소설 『불청객』, 동화 『승암산 올빼미』, 『내 비밀은 이거야』 등 다수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