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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전북의 명승지를 찾아서 1> ▰ 군산 선유도 망주봉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6.07.13 10:17 수정 2026.07.13 10:17

-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을 잇는 마음의 名勝

↑↑ 문정현 이사장
▮문정현 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문화와 역사를 발굴, 널리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사단법인아리울역사문화 이사장, 군산창의역사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군산문화원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마을이야기’ 강사로 후진 양성에 열중하고 있다.
↑↑ 군산 선유도 망주봉

푸른 바다 위에 오래된 시간을 품은 바위산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수많은 파도가 스쳐 지나가고, 계절마다 다른 빛으로 물드는 서해바다 한가운데서 망주봉은 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채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산 앞바다에 펼쳐진 고군산군도. 63개의 크고 작은 섬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선유도가 있었다. 그리고 선유도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바로 ‘망주봉’이다.

‘망주(望主)’라는 이름에는 ‘바라본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두 개의 봉우리. 그래서인지 망주봉은 단순한 바위산이 아니라, 긴 세월을 견뎌온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옛날 이곳은 ‘군산도’라 불렸다. 섬들이 무리를 이루어 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고려 말과 조선 초, 이곳은 왜구의 침입을 막는 중요한 군사 거점이었다. 조선 세종 때 군산진이 지금의 군산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원래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의 고군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섬이 간직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망주봉 일원은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명승 제113호로 지정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망주봉 정상에 오르면 선유팔경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평소에는 메마른 바위산처럼 보이던 망주봉에서 일곱 줄기의 폭포가 흘러내린다. 바위와 물이 만나 만들어내는 망주폭포는 자연이 잠시 보여주는 특별한 공연과도 같다.

아래로 펼쳐진 명사십리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고운 모래가 길게 이어진 해변은 맨발로 걸을 때 비단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전한다. 그리고 해가 지는 순간, 선유낙조는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망주봉은 아름다운 풍경만 간직한 곳이 아니다. 그 아래에는 천 년 전 국제항으로 번성했던 역사가 잠들어 있다.
1123년 고려를 찾은 송나라 사신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 군산도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는 군산정과 바다 가까이에 자리한 풍경, 그리고 절벽처럼 솟은 두 봉우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가 기록한 두 봉우리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망주봉이다.

당시 군산도는 작은 섬이 아니었다. 고려와 중국을 잇는 바닷길의 중심지였으며, 외교와 무역이 오가던 국제적인 항구였다. 송나라 사신단이 태풍을 피해 이곳에서 20일 동안 머물렀다는 기록은 당시 군산도의 위상을 보여준다.

땅속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조각과 중국 자기, 청동거울은 그 시대의 번영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흙 속에 묻혀 있던 작은 조각들이 천 년 전 사람들의 발자취를 오늘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망주봉의 이야기는 화려한 역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곳에는 기다림과 희망이 담긴 전설도 내려온다.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북쪽을 바라보던 젊은 부부의 이야기. 언젠가 찾아올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끝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큰 봉우리는 남편봉, 작은 봉우리는 아내봉이라 불린다.

어쩌면, 이 전설은 섬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거친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사람들, 떠난 가족의 무사 귀환을 기다렸던 사람들,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망주봉에 새겨진 것이다.

망주봉 아래 소나무 숲길에는 오룡묘와 임씨 할머니당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 사람들은 이곳에서 풍어뿐 아니라 바다를 오가는 이들의 안전과 평안을 빌었다. 섬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었지만 동시에 두려움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이어갔다.

오늘날 새만금이라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고군산군도는 다시 세계를 향한 길목에 서 있다. 천 년 전 사람과 문명이 오가던 바닷길은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다 위에 우뚝 선 망주봉의 모습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왔던 바다,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온 섬. 망주봉은 오늘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오래된 약속이다. 그래서 망주봉은 하나의 바위산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시간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마음의 명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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