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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수박의 정치학 1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6.07.13 10:03 수정 2026.07.13 10:03

POEM> 수박의 정치학 1

화요일은 아파트 단지 내에
싱싱한 과일 트럭 행상이 오는 날

겉과 속이 다른 독점 권력이 진열대마다 놓이고
수박 위에 수박이
또 수박이 쌓여서 하나의 거대한 수박이 되어간다

상인들 눈치를 살피며 모여든
아파트 주민들은 개인인가 집단인가

속이 상했거나 설익은 것일지라도
우린 하나니까
익명에 숨으면 찾아내지 못할 테니까

역사란 그런 것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이므로

거기에는 온건 중도도 있고 합리적 보수도 있고 기득권에서 팽 당한 기회주의 세력도 있으므로 다만,
이 판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인가

트럭 행상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상인들과 함께 반란을 꿈꾸며 트럭 행상의 뒤통수를 칠 것인가

단지 내에 오래 살다 보니 기득권이 되고
특권을 얻다 보니 점점 기득권 논리에 빠져들어

수박 위에 수박이
또 수박이 쌓여서
하나의 거대한 수박이 되어가는 사람들

그러나 큰 흐름에는 어긋남이 없다

역사란 그런 것

↑↑ 김형미 시인
▮ 김형미 시인=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6회 불꽃문학상, 2014 한국문학예술상, 2016 서울문학상, 2019 목정청년예술상, 제2회 전국황토현시문학상, 2025 아름다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그림에세이 『누에』, 그림소설 『불청객』, 동화 『승암산 올빼미』, 『내 비밀은 이거야』 등 다수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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