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푸른 신록이 짙어지며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이다.
대지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지만, 우리가 발을 디디고 선 지역 경제의 현주소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도화되는 첨단 기술의 파고 속에서 중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 가고,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민생 경제의 답답함은 도민들의 마음에 묵직한 부담을 얹어준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독자적인 자립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각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으나, 인구 감소와 골목상권의 침체라는 절박한 경고음은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숙제다.
안팎으로 지치기 쉬운 계절일수록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경제 수치나 행정적 성과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 지역의 숨통을 틔우고 있는 인적 자산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힘’이다.
초여름의 햇살처럼 전북의 골목마다 따스한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는 현장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주황빛 상생의 가치를 짚어보고자 한다.
Ⅱ. 골목에서 피어나는 독창성과 소통의 에너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오렌지 컬러는 차가운 이성에 온기를 더하고, 서로 다른 주체들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포용의 힘을 품고 있다. 홀로 고고하게 빛나기보다 주변으로 온기를 퍼뜨리며 긍정적인 활력을 도모하는 특성이 있다. 이 주황빛 에너지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 바로 지금의 전북 골목길이다.
현재 전북은 14개 시·군 대부분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기반이 약한 우리 지역에서, 기존 방식대로의 경기 부양책은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그러나 최근 전북의 구도심과 로컬 현장에서는 이 한계를 아늑한 온기로 채워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역의 맛과 멋, 그리고 역사적 자산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 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청년 창업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전주 한옥마을 외곽에 둥지를 튼 대안문화 공간들, 군산의 근대 역사 자산을 활용한 젊은 기획자들의 상점, 완주와 고창의 신선한 농산물을 감각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청년들의 실험실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
들은 단순히 물건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상인을 넘어, 전북이라는 공간에 새로운 매력의 ‘스토리’를 입히며 외지인과 도민들의 발길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Ⅲ. 상생의 생태계, 포용으로 완성되는 활력
이러한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도전이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전북의 대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주황빛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경계 없는 연대’에 있다. 아무리 참신한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져도, 지역 사회와 기존 상권이 이들을 배타적으로 바라본다면 그 불씨는 금세 꺼지고 만다.
전북은 예로부터 이웃을 환대하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주고받던 깊은 정서적 자산을 가진 고장이다. 최근의 경제적 불황이 인심을 각박하게 만들고 각자도생의 분위기를 부추길지라도, 우리 안에 흐르는 포용의 DNA를 깨워야 한다.
기성세대의 관록과 행정의 제도적 뒷받침이 청년들의 독창성과 결합할 때, 전북은 활력 넘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이들이 뿜어내는 활기가 지역 소상공인 생태계 전반으로 스며들어 전북의 해묵은 현안인 인구 유출 방지와 청년 정착이라는 난제도 대립이 아닌 상생의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
Ⅳ. 전북의 도약을 위한 실천적 제언
이제 전북은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어떻게 함께 상생하며 지역의 가치를 높일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북의 로컬 문화를 현대적으로 육성하고 공동체를 살린다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이웃의 작은 도전에 관심을 두고,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먼저 인정해 주는 일상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전북의 정책과 문화 현장에 적용할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청년 및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단기적인 재정보조에 머무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이들이 지역 안에서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연대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둘째, 다가오는 지역 축제와 여름 문화행사들을 일회성 소비형 축제에서 벗어나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도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지역의 정체성을 나누는 연대의 플랫폼으로 리디자인해야 한다.
셋째, 경제적 양극화와 고령화로 인해 정서적 고립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로컬 문화가 가진 따뜻한 온기가 닿을 수 있도록, 문화복지 차원에서의 촘촘한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Ⅴ. 나가기: 전북에 스며드는 주황빛 희망
이번 6월호를 마주하는 시사전북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는 지금 어떤 온기가 흐르고 있는가. 혹시 가혹한 경제 지표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있지는 않은가. 그럴 때일수록 우리 동네 골목길에서 땀 흘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일구고 있는 청년들의 발걸음에 눈길을 돌려보자.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 그들의 열정에 보내는 따뜻한 응원의 눈빛 하나가 전북을 바꾸는 시작점이다.
우리 전북의 상생 정신은 책 한 구석에 갇힌 기록이 아니다. 위기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새로운 도전을 품어 안는 실천적인 움직임이다. 이 생동감 넘치는 온기가 전북 시·군의 골목마다 번지고 도민들의 삶을 촘촘히 연결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력 있고 살기 좋은 공동체로 우뚝 설 것이다.
초여름의 눈부신 햇살이 전북의 산하를 비추듯, 우리 안에 내재된 상생과 연대의 주황빛 온기가 지역민의 일터와 가정에 새로운 도약의 자부심으로 가득 차오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