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홍은선 에듀피아 대표는 에듀피아 홍쌤행복연구소 대표로서 색채심리 상담과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원광대 도자예술과와 한일장신대 상담심리치료학과(석사)를 졸업했다. 1급 지도사로서 리더십․인성․스피치지도사, 부모교육․색채심리․미술치료․심리 1급 상담사, 노인인지관리사 등으로서 각 분야 초빙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도전하라! 창직과 창업>(공저), <나는, 강사로 살아가는 중입니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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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전북의 청년층(18~39세)은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8,000명씩 순유출되고 있다. 14개 시군 중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소멸위험 지역이다. 색채심리의 눈으로 보면 지금 전북의 하늘은 희뿌연 안갯빛이다. 그러나 안개는 반드시 걷힌다. 그 너머에 어떤 색이 기다리고 있을까.
색채심리는 색이 지닌 상징과 심리적 파장을 통해 인간의 정서, 행동, 그리고 사회적 환경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전북이라는 땅이 지금 어떤 빛을 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빛을 되찾아야 하는지를 색의 언어로 풀어본다.
◇ 안개 속에서 빛을 찾는 청년들
색채심리에서 회색은 방향을 잃은 환경,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상징한다. 지금 전북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일자리, 진로, 문화적 자극 전반이 안개처럼 뿌연 회색 환경이다.
반면 수도권은 빨강의 에너지, 주황의 활기, 노랑의 창의적 기회가 넘치는 공간으로 더욱 강렬하게 빛난다. 빨강은 열정과 도전의 에너지를 상징하고, 주황은 활기와 연대를 일깨우며, 노랑은 변화와 창의력을 자극한다.
청년들이 전북을 떠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이전에, 공간과 환경이 발산하는 색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빛들이 충분히 살아있는 공간에서 청년은 머문다. 청년들이 전북을 떠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과 환경이 발산하는 색의 차이, 즉 미래에 대한 확신과 활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 차이를 좁히는 것이 전북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전북은 본래 그 어느 지역보다 풍요로운 색을 품은 땅이다. 만경평야와 김제 지평선, 지리산과 덕유산의 깊은 숲은 균형과 인내, 생명력을 상징하는 초록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 초록의 기운이 전북 농생명 산업의 뿌리이자, 치유와 생명을 향한 전북의 오랜 정서다.
가을 황금들녘과 새만금의 광활한 가능성에서는 변화와 창의, 희망의 색인 노랑의 파장이 흐른다. AI·K-푸드·문화관광 산업이 바로 이 노랑의 에너지 위에서 피어난다. 서해의 깊고 넓은 물빛에서는 신뢰와 집중, 책임의 색인 파랑이 읽힌다.
전북의 연구개발과 금융특화도시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정치와 일관된 행정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먼저 다져져야 한다. 전북은 이미 찬란한 색을 품고 있다. 다만 그 색이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 전북의 색을 설계하는 정치적 방향
색채심리에서 파랑은 신뢰와 책임의 색이다. 전북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와 행정이 바로 이 파랑의 언어로 작동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특별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특례와 특구를 확보하며 자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특별한 권한이 전북의 색을 켜는 열쇠다.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에서 전북이 핵심 축으로 자리잡으려면, 재정특례 입법화와 국가보조금 차등 적용이 속도를 내야 한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공장 구축, K-푸드 세계화 거점 조성, 재생에너지 자립형 구조 설계는 전북의 노랑(창의·변화)과 초록(생명·지속)의 색을 실현하는 구체적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청년의 일상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입이나 청년 정착 지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치가 청년들에게 내일이 도전(빨강)과 희망(노랑)으로 빛날 수 있다는 실질적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전북의 정치는 회색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청년과 함께 빨강, 노랑의 빛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색을 살리는 교육과 인재 정책
전북의 청년이 이 땅에 머무는 선택을 하려면, 교육에서 시작되는 정주(定住)의 경로가 분명히 열려 있어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발전특구 모델을 통해 ‘지역주도 교육혁신’과 ‘지역 인재의 정주생태계 구축’이라는 두 축을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
핵심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고, 지역에 삶을 뿌리내리는 흐름을 하나의 연속된 경로로 설계하는 것이다. 전략산업과 연계한 진로·진학 체계에서 출발해 취업과 창업, 그리고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3단계 인재 경로가 그 청사진이다.
전북형 라이즈(RISE) 사업은 이 구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질적인 기반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836억 원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농생명·의생명·청정에너지·첨단소재·모빌리티·디지털·문화관광·생명서비스웰니스 등 8대 전략산업에 맞는 인재를 대학과 지역이 함께 길러내는 체계다.
현재 26.6% 수준인 도내 대학 졸업자의 정주취업률을 2029년까지 29%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수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한 명의 청년이 더 전북에 남는 것이 이 땅의 색을 한 톤 더 밝게 만든다.
개별 학교 현장에서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완주의 수소에너지고등학교는 2025년 협약형 특성화고로 선정되어 지역 전략산업과 직결된 직업교육을 통해 청년의 지역 정착 경로를 구체화하고 있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전북대학교는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아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노랑빛 가능성들이 실제로 청년의 삶에 닿을 때, 전북의 색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 전북, 가장 찬란한 빛을 향해
색채심리에서 회색은 끝이 아니다. 회색은 모든 색이 잠들어 있는 상태이며, 깨어나면 어떤 빛으로도 피어날 수 있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이 땅이 가진 초록·노랑·파랑의 빛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되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속도가 필요하다.
빨강은 도전과 열정, 과감한 에너지와 용기의 색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 느린 관성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추진력, 그것이 바로 빨강이 말하는 언어다. 지금 전북에는 이 빨강의 속도가 절실하다. 정책은 마련되어 있고, 자원도 있으며, 방향도 보인다. 남은 것은 실행의 용기다.
파랑의 신뢰로 정치가 바로 서고, 노랑의 창의로 교육이 깨어나며, 초록의 생명력으로 산업이 뿌리내릴 때, 빨강의 도전과 열정이 그 모든 변화를 힘차게 밀어붙인다. 전북의 가장 찬란한 빛은 그렇게 켜진다.
청년들이 전북에서 활력의 빛을 발견하는 날, 그들은 스스로 머무는 선택을 할 것이다. 전북은 아직 가장 찬란한 빛을 피워내지 않은 땅이다.
이제 그 빛을, 빨강의 용기로 함께 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