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전주시의회 오현숙 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은 시정질문에서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보조금 집행과 관련, 모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전주시의 향후 대책을 물었다.
이에 송하진 전주시장은 일부 사업들이 당초 계획과 달리 시행된 점을 인정하며 향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송 시장은 특히 상인회 및 조합에서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만을 의지하지 않고 실제로 상인(조합)들의 능력으로 보조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후 각종 사업을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현숙 의원에 따르면 전주시가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전통시장에 투입한 예산은 모두 341억원으로 전통시장의 기반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 등에 지원됐다. 지난해에도 118억여만원을 들여 중앙상가와 남부시장, 모래내 시장, 풍남문 상인회 등 시장 4곳과 상점 4곳에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주시가 이들 사업주체(상인회, 조합)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체가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이하 자부담)을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오 의원의 주장이다.
오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조금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로서 당국의 철저한 감사는 물론 감사결과에 대한 형사고발 및 보조금 회수 등의 후속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 의원은 또 전주 모래내시장과 중앙시장, 남부시장의 환경개선 사업에 대해 상인들이 자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당초 사업계획과 달리 사업내용 자체가 축소되거나 변경됐다고 밝혔다.
중앙상가조합의 경우 전주시가 지난 2007년 중앙시장 상가조합 상인교육장 매입을 위해 1억5천여만원의 보조금을 집행했지만 조합에서 나머지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할 수 없이 전주시가 잔금을 납부해주고 소유권을 시로 이전시키는 등 어처구니가 없는 행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비 및 지방비를 지원하는 경우 사업주체의 자부담 능력을 먼저 확인한 후 보조금을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는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예산을 전용했는데도 책임을 지는 전주시 관계자가 전무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앙상가조합은 15억여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상가 내 에어컨 교체공사를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지도감독은커녕, 오히려 조합측과 결탁했다는 의혹과 민원이 제기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중소기업청의 재래시장 및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 운영지침을 확인한 결과 시장상인회에서 사업을 직접 집행한 경우에도 계약방법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계약관련 법률을 준용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즉 전주시와 중앙상가조합은 조달청에 의뢰, 전자공개입찰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활정보지인 광주와 전주지역 교차로에 각각 2회씩 공고한 후 입찰을 단행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같은 행정은 결국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위한 수단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관계당국의 명확한 조사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전주시와 중앙상가조합의 이 같은 입찰방식에 대해 대한설비공사협회 전북도회를 비롯해 도내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 했으나 어인일인지 유아무아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마땅히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적용, 즉 조달청 전자입찰을 통해 공개입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전주시는 전자입찰 자격도 없는 상가조합에 사업을 위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도내에서 설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전주시 관계자와 조합측이 결탁하지 않고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입찰이 실시됐다”며 “지금이래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주시와 조합측의 결탁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시장 상인회는 전자입찰 자격이 없어 당시의 전주시 담당자가 조합 임의로 입찰을 하도록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는 5억원 이상의 사업비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입찰을 직접 하도록 중기청으로부터 운영지침이 하달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에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대다수 관계자들은 전주시 관계자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장상인회 및 조합에 전자입찰 자격이 없다면 당연히 전주시에서 전자공개입찰을 하는 것이 규정이나 운용지침에 앞서 일반적 상식에 맞는 행정행위라는 것이다.
당시 전주시 관계자 B씨는 민원인의 형사고발에 따라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직무유기 등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돼 경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남부시장에 집행된 보조금 지원도 예외 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 의원에 따르면 남부시장 번영회는 지난 2008년 저온저장시설 부지매입을 위해 2억1천만원을 집행했으나 매입비용이 주변 시세와 달리 평당 가격이 많게는 2천3백만원에서 적게는 66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같은해 전주시가 남부시장 주차장 조성사업에 투입된 평당 보상가는 434만원으로 밝혀져 시장번영회가 집행한 부지 매입비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전주시는 부지확보와 자부담금 등에 대한 확인과정 절차도 없이 중복적으로 예산만 투입하고 당초 계획된 사업을 변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의원은 “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영세상인의 어려움만 호소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의 허술한 보조금 관리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상인들이 서로 반목하고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현대화사업은 지난 2002년부터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보조사업이다.
사업비는 중앙정부가 60%, 자치단체 30%, 사업주체가 10%를 부담한다. 전주 ‘오거리상가’에 설치된 루미나리가 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조성된 대표적인 시설물로 구분할 수 있다.
갈수록 대형 백화점과 마트, 심지어 SSM 등에 밀려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가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를 통해 전국의 전통시장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장번영회와 상인연합회, 조합, 그리고 일선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마저 국가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하에 사업에 대한 적정성,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 사업주체의 능력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업비부터 집행하고 보자는 식의 문화가 예산낭비와 함께 시장 구성원간의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