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앉은 듯 피어 부채처럼 둥글 넓적…奇異
앉은부채는 꽃이 땅바닥에 앉은 듯 피고, 꽃이 질 때 뿌리에서 모여 나는 잎이 부채처럼 둥글넓적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 기이한 모양이다. 앉은부채라는 독특한 이름을 들으니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게 된다.
생활용품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한번 쓰고 난 것도 그냥 버리기보다는 다양한 용도로 다시 쓰는 일이 많았다. 다 쓰고 난 비료포대를 눈 쌓인 비탈진 곳에서 엉덩이에 깔고 비스듬히 누우면 제법 속도감 있게 미끄러지는 썰매가 된다. 찬바람 들이닥치던 헛간의 휑한 창문을 막으면 어둡지도 않고 바람막이도 된다.
삼복더위에는 네모지게 오려서 한 쪽을 접어 묶으면 모깃불 피워놓고 수박 잘라먹는 여름밤의 평상에서 더위를 식혀주고 모기도 쫒아주는 부채가 되었다. 버려진 양철통에 구멍을 내고 솥단지를 걸어 아궁이로 사용한다. 커다란 솥에 토실토실한 닭의 가슴속에 마늘 한 주먹 넣고 복달임을 할 백숙을 준비한다. 땔감에 불 지필 때 부채질을 살랑살랑 몇 번 저어주면 어느새 모락모락 김이 솟고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전주의 선자장들이 제작한 부채야말로 훌륭한 전통과 예술적 가치가 담겨있는 것이지만, 일상에서 즉각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지혜와 재치 또한 재미도 있고 알뜰한 멋도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