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사망이나 중상해 사고에도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해 돈으로 배상하면 형사 기소할 수 없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과도한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수용한 법안인데, 이대로 처리되면 환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다른 고위험 직종과의 형평성 등 위헌적 내용으로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가의 필수의료 의사 양성과 배치라는 근본적 대책은 외면한 채 막연한 기대에 의지해 의료인 특혜법 추진을 강행하는 국회와 이재명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회는 국민과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위헌적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개정안은 보건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다. 국민 기본권인 평등원칙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데 위헌 소지가 높다. 군인·소방관·경찰관 등 고위헌 공익 업무자 누구도 이러한 면책 특권이 없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있는 여러 직역 중 보건의료인에게만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이다.
특히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루어지면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것은 범죄피해자가 재판 절차에서 진술할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단순히 선의로 의료인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닌 국민이 의료사고를 당해도 수사나 처벌을 요구할 길조차 막는 무서운 법안이다. 진실을 밝힐 기회와 책임을 묻는 환자의 권리를 돈 몇 푼의 손해배상금과 맞바꿀 수 없다.
개정안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의 12대 중과실 외에는 형사책임을 면제한다는 점을 차용했는데, 교특법과 달리 사망과 중상해 사고도 기소 면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피해자 중상해 시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교특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망 피해는 애초 특례 대상도 아니다. 위헌 판결은 금전적 배상이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적절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교통사고는 가해자의 무과실 입증으로 책임을 전환해 피해자를 보호하나, 개정안에서는 신체·정신·경제적 피해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입증의 짐까지 떠넘긴다. 위헌적 선례보다도 후퇴한 위험한 법안이다.
위헌 소지에도 정부와 국회가 의료인 형사기소 면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필수의료 붕괴’다. 과도한 사법리스크로 의료인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과도한 기소 건수는 정부의 연구조사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필수의료 의사 부족의 진짜 원인은 의사 수의 절대적인 부족과 비급여를 통한 영리 의료 팽창, 이로 인한 배치의 불균형 현상임에도 이재명정부는 필수의료 의사 양성과 배치는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실효성도 불분명한 의료인 특혜대책으로 땜질하려는 것이다.
의료인 형사책임 면책은 단순히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헌 소지가 명백해 사회적 혼란과 논란이 불가피한 법안을 국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법안의 졸속 처리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는 기득권 보호라는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 의료인이 배치될 수 있도록 증원과 보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전국 경실련은 특혜법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보건의료정책이 의료인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활동할 것임을 밝힌다. 2026년 4월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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