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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축제

취석 송하진 세 번째 시집 <모란 속을 걷다>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입력 2025.09.14 10:07 수정 2025.09.14 10:24

쉬운 일상의 어법으로 世上萬事 풀어내다

청명한 어느 봄날/ 나는 천천히 모란에게로 다가갔다/ 모란 앞에 서서 모란이 눈치채지 못하게/ 찬찬히 모란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안심한 모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는 두려운 눈으로 모란의 속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두 손으로 내 눈을 비비고 목을 길게 늘여/ 더 깊숙이 모란의 속을 살펴보았다/ 모란의 깊은 속 어디에선가 천천히 동이 터오고 있었다/ 깊은 곳 구석구석을 오래 들여다 보았다/ 서서히 그 무엇인가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옷을 벗고/ 벌거벗은 몸으로 모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모란 속은/ 그 어떤 모를 것들로 가득하였고/ 몰입할수록 신비로움이 나를 감쌌다/ 모란을 만나 모란의 깊은 속을 걸으며/ 나는 드디어 모란에 대한 무명(無明)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모란이 살며시 팔을 뻗어 나를 껴안았다/ 나는 모란의 품에 안겨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이제야 나는 당신을 조금씩 알 것 같아요.”-<‘모란 속을 걷다’ 전문>
↑↑ 전북도지사 시절의 송하진 시인, 서예가

“나의 언어는 순하고 단순하고 쉬운 편을 택하고 싶다. 내 생각이 누군가의 느낌이 될 수 있도록 정성껏 점묘(點描)하려 애쓴다.”

민선 전주시장(2006.7.-2014.6.)과 전라북도지사(2014.7.-2022.6.)를 각각 연임하며, 총 16년간 선출직 공직을 역임한 취석(翠石,푸른돌) 송하진 시인․서예가가 세 번째 시집 <모란 속을 걷다>를 지난 8월 출간했다.

첫 시집 <모악에 머물다>,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시집에는 36편의 시를 담았다. 

송 시인은 그동안 서화집 <화이부동세상>과 <거침없이 쓴다-푸른돌 취석 송하진 서집>, 학술서 <정책 성공과 실패의 대위법>(공저) 등을 펴냈다.

송 시인은 <모란 속을 걷다> 자서(自序)에서 시집에 담은 시편들에 대해 “마음 안의 화평과 마음 밖의 평화를 댓돌 위의 신발처럼 나란히 놓는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람과 지구와 하늘의 생기(生氣)를 많이 생각한다”면서 “(사물들을) 뽀족하게 깎을까, 둥글게 다듬을까, 차갑게 얼릴까, 따뜻하게 데울까, 뜨겁게 끓일까” 고민하며 내놓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시어들은 일부러 기교를 부리지 않아 어렵지 않고 단순하고 명료하다.

양병호 교수(전북대 국문학과)는 평설에서 ‘자연에서 삶의 원리를 성찰하는 서정주의 시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송하진 시인은 이곳저곳을 순례하며 만나는 모든 사물과 눈맞춤을 한다. 그의 작시법은 쉽고 자연스럽다”면서 “그의 시어는 일상과 자연, 사물을 중심으로 문장 역시 일상어법을 따른다. 무기교의 기교를 사용하여 주제를 수수하게 드러낸다”라고 했다.

양 교수는 “오랜 기간 전주시장과 전라북도지사로서 민생 현장을 중시해온 경험이 시에 반영돼 있다”며 “다양한 현장을 직접 탐방해 얻은 서정을 사실적이고 소탈한 어법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실천궁행으로서의 일기 혹은 메모랜덤 성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 시집 <모란 속을 걷다> 표지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은 이번 시집 출판회를 함께 한 짧은 소감에서 “송하진 형과 함께 밤새워 모란 속을 걸었다”면서 “<모란 속을 걷다> 말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송하진 형이 이번에 펴낸 시집 제목이다. 노을 속도 아니고, 눈물 속도 아닌 아름다운 시집 속엔 수많은 석류 알갱이 같은 슬픔과 기쁨들이 들어 있다”고 했다.

이충재 시인․문학평론가는 ‘말이 아닌 마음에 새긴 사연을 시의 주머니에 담는다’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송하진 시인의 작품들 한 편 두 편을 감상할 때마다 시인이 품어 온 이상과 현실의 균형감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시인이 오래동안 남다르게 공직에 몸담아 온 탓일까? 그것도 조국의 현실, 지구의 현상황을 가슴 깊이 직시하면서 살아온 이력이 시라는 매개를 통해서 일상적 표면으로 노출된 까닭일 것”이라며 “(중략) 말이 아닌 마음, 영혼 깊은 곳의 사연을 언어로 한땀한땀 수놓아 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식의 세계가 독자들에게 진실되게 읽히게 된 셈이다”라고 평했다.
↑↑ 송하진 시집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 표지

송하진 시인은 전북 김제 백산면 상정리 여뀌다리에서 태어났으며, 선친 강암 송성용 선생으로부터 문학과 서예를 익혔다. 1980년 행정고시(24회)에 합격, 이후 공복의 길을 걸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 1년, 고려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려대 대학원을 거쳤다.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구용․서정주 선생에게 시를, 박인규 선생에게 논어를 사사하며 문학적 기반을 닦았다. 수상이력으로는 한국정책학회 학술상(2013, 공동수상), 한국문학예술 시부문 본상(포스트모던)을 수상했다.

현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과 한글서예 유네스코 무형유산등재 추진위원장으로 봉사하며 문학과 서예가의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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